미네소타의 박병호(30)가 마지막 퍼즐을 풀어내며 기분좋게 5월의 스타트를 끊었다.

4월 한 달 동안 6개의 아치를 그리며 파워를 과시한 박병호는 5월 첫 경기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득점권 안타를 터뜨리며 

‘적시타 부족’ 징크스를 말끔하게 털어냈다. 박병호는 2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벌어진 디트로이트와의 홈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안타와 타점이 득점권에서 나왔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1회말 2사 후 조 마우어의 안타에 이어 미겔 사노가 볼넷을 골라 걸어나가면서 박병호에게 1, 2루의 기회가 돌아왔다. 전날까지 득점권에서 15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떨궜던 박병호는 디트로이트 선발인 우완투수 마이크 펠프리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고 결국 6구째 시속 150㎞짜리 싱커를 받아쳐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2루에 있던 마우어가 홈까지 파고들어 박병호는 시즌 9번째 타점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득점권에서 16타수 만에 기록한 첫 안타였다.

박병호는 그 동안 득점권에서 15타석을 맞았지만 단 하나의 안타도 뽑지 못했다. 평균 비거리 130m를 자랑하는 홈런 6개도 모두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솔로홈런. 득점권에서만 6차례 삼진으로 돌아섰는데 그 중 두 번은 만루 찬스였다. 주자가 없을 때는 40타수 13안타 타율 0.325의 맹타를 휘두른 반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26타수 2안타 타율 0.077에 그쳤다. 그가 득점권에서 올린 타점은 지난 달 28일 클리블랜드전에서 기록한 희생플라이가 유일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영양가 논란’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이유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투수들이 평소에 비해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게 마련인데 그런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했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에 단단히 뿌리내리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박병호가 뜨거웠던 4월을 마감하며 “첫 달에 홈런 몇 개를 때린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달과 남은 시즌에는 더 많은 타점을 올리고 싶다”며 타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도 그래서다. 그리고 박병호는 하루만에 보란 듯 득점권에서 적시타를 터뜨렸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타격기술을 발휘했다. 박병호는 국내에서 홈런왕으로 맹위를 떨치던 시절에도 한동안 몸쪽 승부에 약점을 보였지만 끊없는 노력을 통해 극복했다. 몸쪽으로 꽉 박히는 공도 몸통회전을 이용해 가볍게 밀어치는 타법으로 극복했는데 이날 적시타를 날린 장면이 꼭 그랬다. 시속 150㎞의 빠른 몸쪽 공에 타이밍이 다소 늦었지만 몸통을 회전하면서 왼팔을 이용해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냈다. 몸쪽 공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잡아당기려고 했다면 적시타 생산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날 중계를 맡은 FOX스포츠의 해설자 로이 스몰리도 “풀카운트에서 변화구를 구사하기 부담스러웠던 펠프리가 직구 계열인 싱커를 던졌는데 박병호가 정말 잘 받아쳤다. 손의 움직임이 아주 좋았다”고 칭찬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4년 연속 타점왕 타이틀도 휩쓸었다. 장타를 노리는 호쾌한 스윙을 하면서도 볼카운트나 주자 상황에 따라 팀배팅으로 타점을 쌓는데도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이날 적시타로 잠자던 타점 본능까지 일깨운 박병호가 뜨거운 5월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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