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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 익숙하게 만들어간 1개월

조급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OSEN=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주), 조인식 기자] 한국이 낳은 슬러거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에서 보내고 있는 첫 4월은 꽤나 성공적이다.

박병호는 2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팀이 치른 22경기 중 1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1리, 5홈런 7타점을 올리고 있다. 타율이 높지는 않지만 탁월한 장타력을 바탕으로 .877이라는 높은 OPS를 유지하는 중이다. 또한 홈런은 당당히 팀 내 1위.

이에 폴 몰리터 감독도 박병호의 빠른 적응을 칭찬하고 있다. 첫 6경기 동안 삼진이 12개였으나, 이후 11경기에서는 삼진 수와 장타 수가 9개로 같다. KBO리그보다 빠른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도 어느새 적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홈런 페이스가 인상적이다. 지금과 같은 누적 속도를 보인다면 시즌이 끝났을 때는 37홈런이 된다.

이제 개막 후 1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박병호의 빅리그 첫 달을 간략하게 돌아봤다. 인터뷰는 28일 경기 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타깃 필드 내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이뤄졌다.

▲ 빅리그 적응의 척도, 줄어든 삼진

시범경기에서 봤어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이 낯선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시범경기에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할 선수들도 많이 등판하고, 유명한 투수들도 100% 컨디션이 아닐 때가 많다. 초반에는 한 경기에 삼진을 네 번이나 당하는 시련도 있었지만, 그건 벌써 18일 전의 일이다. 이후에는 하루에 삼진으로 두 번 이상 물러선 날은 하루도 없었다.

특별한 비결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박병호는 편해졌다는 말을 반복했다. “삼진을 많이 당할 때는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웠고 생각이 복잡했다. 지금은 그런 면이 편해지면서 삼진도 많이 줄었다. 빠른 공에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턴을 몸으로 체험한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카운트가 몰렸을 때는 타석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묻자 그는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볼 배합이 다르다. 유인구로 삼진을 잡을 수도 있지만 더 강하게 던진다”라면서도 “그래서 칠 준비를 해야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가볍게 휘두르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홈, 경기 후반, 접전에 강한 거포

박병호는 유독 홈에서 강하다. 홈에서 치른 10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 4홈런 6타점을 수확해 시즌 성적에 비해 월등하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박병호도 “매일 컨디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홈경기라서 편한 것은 아직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경기 막판이 될수록 더 무서워지는 면도 있다. 박병호의 7회 이후 타율은 4할1푼1리다. 그리고 홈런 5개 중 3개는 8회에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는 “특별한 것은 없다. 초반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다.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고 한 뒤 “매 타석 집중하려고 한다”며 꾸준한 집중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접전에서 제 몫을 해준다. 득점권 타율은 낮지만, 그의 홈런 5개는 모두 3점차 이내 상황에 나왔다. 게다가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2점차 안에서 터졌고, 동점일 때 팀에 리드를 안긴 홈런도 2개나 된다.

▲ 힘든 것도 당연하게, 수용하며 극복하기

지금껏 만난 투수들과의 승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는지 물었을 때 박병호는 27일 제프 맨십(클리블랜드 인디언스)과 상대했던 마지막 타석을 떠올렸다. 그는 “95마일 이상의 공이 들어왔는데 크게 다 커터처럼 흘러나갔다. 그만큼 빠른 공이 휘어져 들어오다 보니 선수들끼리도 좋은 공을 가졌다는 말을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적지 않은 홈런보다 치지 못해 아쉬운 상황을 더 빨리 기억해냈다.

그런 그에게 4월의 점수를 스스로 매기면 몇 점을 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점수는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힘든 시기가 있을 때 최대한 빨리 극복하는 것, 그리고 많이 힘들어하지 말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경기를 하면서 점점 좋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세워뒀던 목표를 드러냈다.

힘든 시기라 함은 꼭 타격에서의 슬럼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새로운 투수와 구장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1년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여러 복합적인 면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혹여 1년 내내 힘들더라도 자신에게 오는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겠다는 인내심과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답변이었다. /nick@osen.co.kr

[사진] 미니애폴리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조인식 기자


http://www.koreadaily.com/mlb/read_news.asp?art_id=422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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