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동창회에 대하여

by 남승현 on Jul 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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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현재 미국 남가주 성남고동창회장이신 찰스김 동문이  라디오코리아 컬럼니스트로 활동하시면서  쓴글 중에서  2010년 1월 7일자 촬스김의 <하늘을 보면서>라는 컬럼에서 너무 좋은 글이라 옮겨왔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고등학교 동창회 연말파티 겸 총회에서, 차기 동창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선출되었다기보다는, 선배님들에 의해 임명되었습니다. 내년에 할 일이 많아서 극구 사양했지만, 마땅히 동창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었고, 또 어차피 맞을 매라면 하라고 할 때 하자는 생각으로 회장 직을 맡았습니다.

2년 전에 USC 한인동창회의 회장을 맡은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동창회는 대학동창회와는 다른, 뭔가 끈끈한 것이 있고, 고향에 돌아간 느낌을 주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촬스 김”이 아닌, “김 철주”라는 한국명을 그대로 쓰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한강 남쪽, 영등포구에 위치한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렸을 때 거의 대부분을 서대문에서 살아서 그런지, 강 건너편의 영등포는 제게 생소한 곳이었고, 버스도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곳에 교통도 불편한 곳에 위치한 학교였습니다. 중학교 때 두 번이나 입학시험에 떨어진 전과가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선택은 제가 원하는 학교보다도, 부모님들이 하라는 대로,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성남고등학교에 편입시험 원서를 접수했고, 13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30년도 훨씬 넘어,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 당시 성남고등학교는, 소위 말하는 명문 공립학교나 사립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보다도, 설립자인 김 석원 장군과 사관학교 입학생이 많은 학교, 또 야구를 잘하는 학교로 알려진 고등학교였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분들은 대개 같은 느낌을 가지겠지만, 대학동문과는 달리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것은 더 친근감이 있고, 선, 후배간의 관계가 더 돈독한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고등학교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반말이 저절로 나오면서 긴장의 끈을 풀 수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고등학교 동창들은 뛰어나게 잘 난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만나면 늘 푸근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동문들입니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제가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저에게 자유롭게 반말을 하는 것을 즐기는 선배님들과 제게 아무 때나 전화할 수 있고, 또 형이라고 부를 수 있어서 좋다는 후배들도 있습니다. 제 동기동창도 십여 명이나 이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제가 나온 고등학교를 창피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명문 고등학교의 졸업생들이 우수하고, 똑똑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제가 그런 고등학교에 들어갈 능력이 안 되었기 때문에, 명문학교를 졸업한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졸업한 학교를 폄하하거나,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교를 졸업했느냐보다는, 현재의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이나 공부 면에서는 제가 그 분들에게 뒤질지 모르지만, 지식이나 공부가 그 사람이 가진 인품과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들보다도 제가 더 잘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또 우리 각자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우리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단순하게 어떤 학교를 졸업했느냐,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로 인해, 열등감을 가지거나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일류학교 졸업생들보다도 학교를 다니지 못했거나, 이름 없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불과 1-2점 차로 불합격했다고 해서, 삶을 비관하고 내가 처한 위치를 저주할 필요도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부모들에 의해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학교는 학교일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보다도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일류학교를 졸업하지는 못 했어도, 일류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일류학교를 졸업하는 것보다도, 일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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